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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활동

[성명서] 2014교단총회에 요구합니다

by 교회재정건강성운동 2014. 10. 15.

2014

 

 

우리는 2014년 4개 교단(통합, 합동, 고신, 기장) 총회를 참관하며 보고 느낀 결과를 종합해 각 교단에 아래와 같이 요구합니다.

 

1. ‘세월호 참사대책’ 등 사회적 의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십시오.

 

∎ 세월호 참사 등 이웃의 고난에 동참 호소

한국사회는 지난 4월 16일 이후로 엄청난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뜻이 분명히 반영되는 특별법을 제정을 위해 총회 차원의 특별 성명을 채택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호소했습니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홍보물을 제작하여 총회원들에게 직접 전달, 설명하는 캠페인도 전개하였습니다. 각 교단과 산하 교회의 이름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올바른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특별 성명을 결의해 준다면, 안산 지역 교회들은 물론 한국사회 전체가 큰 위로와 감동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제안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장총회 이외에는 어떠한 책임 있는 노력과 의지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7월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 차원에서 이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으며 특히 예장 통합 교단의 경우는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각종 사역 계획을 대외적으로 밝히기도 했기에, 이러한 행보에 더욱 개탄스럽습니다. 기장 총회를 제외한 여타 교단에는 개혁연대의 서명활동 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예장 통합 총회는 사업계획을 보고하는 차원에서 짧게 언급될 뿐, 전국 교회 차원의 협력과 동참을 이끌어내려는 어떠한 노력도 엿볼 수 없었 고 예장 고신과 예장 합동 총회는 이에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고 침묵했습니다.

 

기장총회 만이 유일하게 총회기간 중 고난 받는 이웃과 함께 하는 수요예배를 마련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초청하여 위로의 마음을 전달하는 등 시대적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교회의 사회적 책임 촉구

교회 간의 양극화는 날로 심화되어 가고 있고, 교회의 비역사적이고 반사회적인 태도로 인해 교회의 사회적 공신력은 나날이 실추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사회와 역사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채 자신의 이익만을 무한히 추구해가는 이익 집단으로 변모하고 있는 비판으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나님께 부름받은 교회는 이웃을 위해 자신을 내주는 존재여야 할 때 비로소 그 존재 가치가 증명된다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계속 불의한 현실에 침묵한다면 그것은 불의한 편에 서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교단총회는 당면한 사회적 의제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교단 내의 담론을 주도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교회가 성장보다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이 땅의 구조적 모순을 외면하지 말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길 요구합니다.

 

2. 총회는 여성, 청년의 참여를 확대하고,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십시오.

 

∎ 여성 안수 제도 마련

교회 여성은 교회 구성원의 70%이상을 차지하는 다수임에도, 의사 결정하는 단위에서는 예외없이 배제되어 왔습니다. 매년 총회에서 여성은 총대들의 간식을 챙기고 특송을 부르는 등 접대와 동원이라는 부수적 역할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지역 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통합의 여성위원회, 기장의 양성평등위원회 등과 같은 교단 내의 여성은 교회 내 양성평등 구조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적이고 제도적인 노력에 힘써왔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헌의안이 부결되고 기각되는 현실, 그보다 목회학석사 과정에 입학조차 할 수 없게 되는 현실을 마주할 때, 가눌 수 없는 참담함과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두워짐을 동시에 느낍니다.

 

통합 총회는 교회 내 여성 문제를 논의 및 해결하고 여성들의 사역을 개발하고 양성 평등의식의 확산을 위해, 여성위원회를 한 회기 더 존속하기로 결의한 반면, 총대 20명 이상 노회에서 의무적으로 여성 목사 1인, 여성 장로 1인을 의무적으로 선출하는 청원 사항은 노회 상황에 맞게 적용하도록 하자는 발언 수준에 그쳐, 사실상 부결되었습니다. 고신 총회는 합동 총회와 달리, 최근 들어 신대원에서 배출되는 여성 지도자를 위한 제도 마련해야 한다는 몇몇 총회원들의 의미있는 발언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예년과 달리, 기각되지 않고, 1년간 연구키로 하는 등 다소나마 진일보한 결정을 이끌어 냈습니다.

 

합동 총회의 경우, 총신대 정기이사회에서 '총회 직영 및 인준 신학대학원의 목회학석사(M. Div) 과정은 노회 추천 목사후보생만 입학하도록 허락해 달라'는 헌의안을 통과시켜, 여성의 입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의를 하여,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이사회는 해당 사안에 대한 이해 없이 처리하다보니 생긴 문제라며, 논쟁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게 수습하는 데에만 급급했습니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논의가 총회 차원에서 제기되었다는 것은 얼마나 한국교회의 양성평등인식이 저열한 수준인가를 여실히 드러내줍니다. 과거 종교는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적 규범과 가치를 뒷받침하는 도덕적 근거를 제공해왔으며 이러한 전통은 한국교회의 제도에 깊숙이 내재되어 작동하고 있습니다.

 

교단 내에서 지속된 양성평등 예배와 교육에 힘써 양성평등 문화가 교단 내로 퍼져갈 수 있게 협력하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주시길 요구합니다. 특히, 여성안수를 주지 않는 합동과 고신은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여, 진지하게 여성안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빠른 시일 내에 여성안수 제도를 실시하길 촉구합니다.

 

∎ 청년의 참여 확대 방안 모색

교회에서 젊은 세대의 이탈현상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그 결과는 한국교회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교회 구성원으로서 많은 기능과 역할을 감당하고 있지만 교회 운영에 있어, 무관심하거나 소외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교회의 미래가 진실로 염려된다면 그들이 교회 안에서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의지와 책임감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총회에서 여성과 청년이 실질적으로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힘써 주십시오.

 

∎ 총대 구성의 개혁을 도모

총회는 원칙적으로 노회에서 동수로 파견된 목사와 장로로만으로 자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목사와 장로는 지역교회에서 부터 파송되어 노회를 거쳐 총회 대회원이 되는 대의제의 대표로서의 위상을 갖습니다. 목사와 장로는 교회의 공동의회를 통해 위임 또는 선출되면 임기의 제한 없이 평생 그 기능을 수행하게 됩니다. 리더십의 점검과 순환은 제도적으로 차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총회 구성은 대단히 비민주적이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선교적 역량을 가진 이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여성과 청년들의 참여는 제도적으로 배제되고 전문적 선교역량을 가진 이들도 참여가 제약될 수밖에 없습니다. 총회와 교단의 결의과정에서 드러나는 정치적 성향, 이해관계, 관심사가 일반 성도들에 비해 매우 보수적이고 폐쇄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이 같은 불평등적 구조에서 기인합니다.

 

더 큰 문제는 교회 내 다양한 구성원들을 소외시킴으로서 대의제가 본질적으로 표방하는 민주적 질서를 훼손하고, 위상과 기능면에서 개 교회와 교인들에게 그 역할을 신뢰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에 따른 손해는 교회 공동체가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총회는 총대 구성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체질 개선에 힘써야 합니다.

 

3. 총회는 공적 책임의식과 자정 능력을 회복하십시오.

 

∎ 윤리강령 무산

이번 총회에서도 사랑의교회나 제자교회와 같이, 일부 몰지각한 목회자들의 비행과 부도덕한 행실로 인해 영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개교회의 탄원이 이어졌습니다. 특히나 장기간에 걸쳐 분쟁을 겪고 있는 교회의 다수가 예장 합동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그에 따른 교계의 반성과 제도적 노력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있음에도 예장 합동에서도 이번에도 윤리강령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사실은 자정의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례가 될 것입니다.

 

∎ 교회 세습

올해 총회에서는 예장 통합이 세습금지법의 세칙 조항들을 마련하였습니다. 음지에서 벌어지는 변칙적 세습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번 제정으로 인해 교회 세습이 교계와 사회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켰다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행보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에 반해, 예장 고신에서는 올해에도 세습금지법 제정을 부결시켰습니다. 예장 합동은 마지막 날인 9월 26일, 당회장직 세습과 관련한 헌의가 상정됐지만 총대들은 헌법대로 하자고 졸속 처리를 강행하였습니다. 사실상 지난 총회의 결의를 번복하여 ‘세습’이라는 용어의 사용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총회 결의의 위상을 스스로 훼손한 꼴입니다. 사실상 제도적 차원에서 세습 폐단을 완벽하게 방지할 수는 없으나, 총회원들의 인식 개선이 그 조차도 따라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 소득세

교회와 목회 사역에 헌신하는 종교인의 납세 실천을 위해 교단이 자발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에 대해 일반 사회는 그 행보를 예의주시해왔습니다. 납세는 국민의 의무 중 하나이며, 그리스도인으로서 공적 책임 실천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기본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모든 교단이 납세 정책에 대해 총회 차원의 단일한 입장과 실천 노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예장 고신에서는 '종교인 자발적 납세 운동' 요청안을 1년 유보하기로 결의하였고 기장은 ‘종교인 과세’ 문제를 1년간 연구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예장 통합은 헌의안이 상정되었음에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예장 합동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사회에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대의에는 모두 공감하고 표방하지만, 납세에 관해서는 특히나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거나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미 다양한 면세, 감세혜택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책임은 철저히 회피하고 있습니다.

 

총회는 특정 집단에 의해 운영되는 사조직이 아닙니다. 모든 교인들이 함께 모여 운영되는 공적 조직입니다. 총회 운영에 공적 책임의식이 따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입니다. 또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바뀔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총회는 그렇지 못하다는 증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총회는 공적 조직임을 잊지 말고 책임의식을 갖고 자정능력을 회복하십시오.

 

4. 총회의 회의 진행과 운영을 해마다 개선하십시오.

 

∎ 회의 진행의 전문성 강화

모든 교단에게 동일한 절대적 기준의 총회 회의 진행 수준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 교단의 현실에 맞게 조금씩 개선되는 총회 운영이 되길 기대합니다. 회의의 기본인 재적 확인과 선거와 중요한 안건을 결의할 때마다 모든 구성원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거수가 아닌 무기명투표로 결정해야 합니다. 통합의 경우, 전자기기 도입으로 무기명투표를 진행해도 회의 진행에 전혀 무리가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회의 진행과 상호간의 존중으로 토론이 긍정적인 결과를 맺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것은 의장의 진행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바른 규칙과 총대들이 그 규칙을 잘 따를 때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입니다. 발언권을 얻지 않고 고성을 지르거나 발언할 때 자신의 소속을 밝히지 않는 것은 이제 사라져야할 관행이며 적폐입니다. 이를 위해 총회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총대 스스로 노회 대표인 자부심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 참관 활동 보장

마지막으로 기관의 참관 활동과 언론사의 보도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올해에도 합동은 참관 활동을 불허했습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참관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참관 활동을 통해 교단이 더 나아질 수 있는 발전적 이야기를 나누는 일에 교단총회가 왜 적극적으로 함께 하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입에 단 이야기보다 쓴 이야기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성숙한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화상기, 총회장의 문을 걸어 닫는 등의 폐쇄적인 운영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단총회가 자기를 중심으로 철옹성을 만들 때, 그것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격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교회개혁실천연대는 내규에 의해 회의를 진행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기관의 참관 활동과 언론사의 보도에 귀를 기울여줄 것을 요구합니다. 총회는 자기 부인과 자기희생적 결단을 선언하고, 실천하는 길로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2014년 10월 6일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백종국 박종운 방인성 윤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