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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활동

[2004년 합동총회 참관기] "총회에 참석하는 일은 인내심 필요해"

by 교회재정건강성운동 2012. 1. 16.

"총회에 참석하는 일은 인내심 필요해"

예장합동 총회참관기 둘째 날…정책총회·생산적 총회 구호, 지키기 힘들어

 

구교형(ku6699) ku6699@hanmail.net

 

한국교회 교단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자 소위 장로교 제일의 장자교단(?)이라 불리는 합동 측 총회 둘째 날을 참관하면서 든 내 생각은, '한국교회 교단총회에서 정말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설정과 실질적인 정책을 기대한다는 것은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비판적인 편견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판단으로는 현재의 구조와 형식을 고수하는 한 교단총회에서 생산성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왜 그럴까? 보통 각 교단은 4~5일 정도를 회기로 잡아 놓고 있어 얼핏 보면 한 해 동안의 현안들과 살림살이를 평가하고 방향 잡는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총회장의 현실을 모르시는 말씀이다. 일단 제일 큰 교단이라는 합동 측은 총대(총회대의원)만 무려 1,002명으로 이번에도 9백여 명이 넘는 총대가 참석했다. 규모에 있어 수위를 다투는 통합총회는 이보다 더해 무려 1,500명의 총대가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러나 5일의 회기를 갖고 있다하여도 첫날은 오후 2시에 개회하여 예배드리고, 임원선거하면 대개 일정을 마치며, 마지막 날 역시 이미 떠날 준비에 마음이 바쁜 총대들에게 중요한 심의는 생략하거나 각종 위원회나 임원회에 떠넘기기 일쑤다. 그러면 남은 3일만이라도 충실히 현안들을 다뤄야 그 산적한 문제들을 책임 있게 다룰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통합과 합동 두 총회의 이틀째 일정을 지켜본 내 체험은 그것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음을 본다. 합동 측 총회는 본래 오늘 일정에서 처리하기로 한 안건들은 은급재단, 기독신문사 등 중요한 기관의 보고가 있어 그 처리에 관심이 고조되었으나 그러한 중요한 사안들은 끝내 볼 수가 없었다. 왜 그런가? 제한된 시간 안에 꼭 저렇게 처리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필요치 않은 순서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잡아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첫날은 1천 명이 넘는 총대 이름을 서기 혼자 다 부르느라고 1시간 가량을 소비했다. 또 오늘은 이미 총대들이 갖고 있는 두꺼운 헌의안 자료집에 다 나와 있는 여러 모로 중복되는 그 많은 헌의안들을 30~40분이 넘도록 다 낭독하고 있었다(노회에서 헌의안에 대한 사항). 대부분의 총대들은 지루함을 못 이겨 주리를 틀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 뒤에 이어진 내빈인사라는 순서는 더욱 압권이다.

10여 명에 가까운 주요 교단장들을 차례로 등장시켜 일일이 인사말을 듣는 순서인데, 한해의 정책을 심의해야 할 총회석상에서 해마다 다른 교단장들의 공치사 일색인 인사말을 듣는 순서가 왜 필요한가. 굳이 한국교회 연합 분위기를 위해서라는 좋은 명분을 살리려 한다면 그저 인사만 해도 될 일이 아닌가? 게다가 이른바 합동교단의 큰 뿌리를 같이하고 있는 몇몇 교단장들은 마치 황제국에 찾아온 제후국왕처럼 합동 측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다. "합동교단은 명실상부한 한국장로교의 장자교단으로서 형님 같은 심정으로 먹을 게 있으면 우리 아우들에게도 나눠주는 아량을 가져달라"며 반쯤 애교 섞인 발언에 총대들은 열렬히 박수를 친다.

우리는 이미 몇몇 교단 사이의 해묵은 장자논쟁이야말로 매우 비성경적이고도 소모적인 말장난임(딤전 1:4)을 지적하였다. 도대체 한국장로교에서 장자라는 개념은 왜 필요하며, 누가 어떤 자격으로 장자라고 인정하는가? 이러한 소모적인 자기만족을 위해 소비된 시간이 또 40여 분을 넘겼다. 뿐만 아니라 조직보고라는 것은 순전히 각 상비부 마다에 선임된 임원 및 위원들의 이름을 호명만 하고 넘어가는 시간들이다. 이렇게 어찌어찌하니 결국 오늘 정작 하기로 예정된 중요한 사항들은 거의 다루지 못하고 사실상 회기심의의 마지막 날인 내일로 넘어갔다.

총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뜨거운 감자로 달아올랐던 은급재단 문제, 성경단독번역 문제, 기독신문사 문제 등은 결국 다른 현안들과 더불어 막판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책임 있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정말 걱정된다. 내 스스로 비판적 시각으로 합동 총회를 스케치 한 것은 총회나 노회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좀처럼 알지 못하는 대다수 일반성도들에게 문제의식을 가져주십사 하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우리 '올바른 교단총회 정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올해부터 한국교회 성도들이 자기 교단총회에 적극적으로 참관하여 방청하기를 권하게 되었다.

물론 총회 임원들과 총대들의 열의와 합리적 사고 등이 이전보다 많이 좋아져 가고 있어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합동 총회의 이틀째는 기존의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것만으로는 한계를 다했고, 제한된 시간 안에 생산적이고 더욱 효율적인 진행을 해 나가려는 깊은 고민을 하게 한 날이다.

 

구교형 목사 /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