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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분열 부른 감리교단 선거제도, 전체 뜻 모아 개혁[2013/7/18 경향신문]

by 교회재정건강성운동 2013. 7. 26.

분열 부른 감리교단 선거제도, 전체 뜻 모아 개혁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ㆍ전용재 새 감독회장 25일 공식 취임

16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광화문빌딩 16층 감리교(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감독회장실. 지난 9일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된 감리교 제30회 총회 선거에서 감독회장으로 선출된 전용재 목사(64)는 하루 종일 이어지는 업무보고와 손님맞이로 몹시 분주했다.

감리교 감독회장은 157만명 감리교인을 대표하는 자리다. 오는 25일 임시총회에서 공식 취임할 예정인 전 감독회장은 4년 동안 감리교단을 이끌게 된다. 전 신임 감독회장은 10일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을 찾아 헌화한 뒤 감리교본부에서 총회 실행위원회를 주재하는 것으로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이로써 5년 동안 대표자 공석사태를 겪으며 표류하던 감리교단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전용재 신임 감독회장은 “회개와 각성을 통해 지난날의 아픔과 상처와 부끄러움을 씻고 일어나 감리교의 자랑스러운 옛 위상을 회복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 ‘잃어버린 5년’ 되찾는게 우선… 목회자·신자 협력 풍토 조성
일부 목사 ‘당선무효 소송’엔 “교단 화합 차원 문제 풀겠다”


- 당선 뒤 첫번째로 양화진 선교사 묘역을 찾은 까닭은 무엇인가.

“118년 전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가 들어오면서 한국 개신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로버트 하디 선교사는 1903년 원산 대부흥 운동의 불씨를 지펴 한국교회의 놀라운 성장을 이끌었다. 양화진에 모셔진 감리교 선교사들은 교육, 의료, 사회복지, 독립운동을 통해 민족의 역사와 함께하면서 한국 근대화에 크게 이바지했다. 하지만 최근 교단이 분열되고 반목하면서 그 영광스러운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아펜젤러와 하디 묘역에 헌화하고 기도하면서 선교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의 고귀한 뜻을 되살려 사회를 섬기는 감리교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어떤 일부터 할 생각인가.

“감리교는 지난 5년 동안 커다란 아픔과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사람들이 감리교회를 걱정하고 손가락질했다. 회개와 각성을 통해 그 아픔과 상처와 부끄러움을 씻고 일어나 감리교의 자랑스러운 옛 위상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전체 11개 연회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그 힘을 바탕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모두 화합하는 모습으로 감리교회가 정상화되도록 하겠다. 그 다음은 개혁과 변화다. 편가르기와 잘못된 선거제도가 감리교 분열의 원인이 됐다. 전체의 뜻을 모아 선거제도를 고치고 교단운영 방식을 보완하겠다.”

- 당선 소감으로 “무슨 일이든지 공명정대하게, 바르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떤 감독회장이 되고 싶은가.

“화합하고 소통하고 포용하는 감독회장이 되고 싶다. 사사로운 이해관계나 학연, 계보를 떠나 올바르게 일하는 감독회장, 열심히 일하는 감독회장이 되겠다. 모든 목회자와 신도들이 서로 끌어안고 협력하는 풍토를 만들겠다. 선거 기간 ‘함께 웃는 감리교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모두가 활짝 웃는 감리교회, 세상을 웃게 할 수 있는 감리교회, 그래서 하나님께서 미소지을 수 있는 감리교회를 만들겠다.”

함경도 원산에서 태어난 전 감독회장은 4대째 감리교 목회자 가정 출신이다. 감리교 초기 목회자였던 할아버지 전희균 목사는 원산 대부흥운동의 본거지인 원산중앙교회에서 시무했다. 또 원산 루씨고녀 교목으로 심훈의 <상록수> 실제 모델인 최용신에게 성경을 가르치면서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로 기록돼 있다. 고모 전진 장로는 철원 대한수도원 원장으로 1940년대부터 50여년 동안 한국 개신교 기도운동을 이끌었다. 어머니 지옥현 장로는 양평 대한수도원 원장이었다. 전희균 목사의 손자 12명, 증손자 8명이 현재 감리교 목사로 활동 중이다.

전 감독회장은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대학원을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의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협성신학대 교수와 감리교 중앙연회 감독 등을 지냈다. 1986년부터 경기 판교 불꽃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해 왔다.

하지만 지난 15일 일부 목사들이 감리교 총회 재판부에 전 감독회장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2008년 두 명의 감독회장을 뽑아 지도부 파행이 시작됐던 감리교단 사태의 재판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감리교는 지난해 개신교 교단 최초로 ‘교회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켜 많은 박수를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교단 갈등을 풀지 못했다. 감리교단에서는 이 기간을 ‘잃어버린 5년’이라고 부른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새 감독회장 선출로 감리교 파행의 마침표를 찍은 마당에 또다시 소송이 제기되자 대다수 감리교인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이번만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말고 선거결과에 승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전 감독회장은 “소송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교단 화합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