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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활동

전병욱 고발하는 피켓 들었더니, "너는 죄 없어?" [뉴스앤조이 9/29]

by 교회재정건강성운동 2014. 10. 10.

전병욱 고발하는 피켓 들었더니, "너는 죄 없어?"

교단 총회 참관기예장합동, 무르익어 가는 벼와 같이 겸손한 총회가 되길

데스크 승인 2014.09.29 08:55:29 서동진 (nasaro1)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총회 현장을 향하여

이른 아침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합동) 총회에 참관하기 위하여 광주로 향했다. 광주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산과 논이 보였고 그 어느 지역보다 평온해 보였다. 도착하기 전부터 합동 총회를 생각하며 마음이 심란해 있었다. 97회기 총회 때 용역 사건과 가스총 사건으로 총회를 혼란에 빠뜨렸던 황 총무의 역임을 막기 위해 4억 원의 전별금을 주고 후보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는 소식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4억 원을 주고라도 후보로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말은 나를 더욱더 경악을 하게 했다. 후보로 나오더라도 뽑아 주지 않으면 되는 건데 자그마치 4억 원이라니. 솔직히 황 총무에게는 단돈 4원도 아까운 돈 아닌가? 좌우간 황 총무 소식과 더불어 총신대 신대원 여학우들이 이사회의 결의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내려와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최근 총신 이사회에서는 노회 추천서가 있는 사람만 신대원에 입학시킨다는 결의를 함으로써 여성들이 신대원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

 

이런 소식들을 접하면서 조금 더 나아지기를 원하는 합동 총회가 더욱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나름 위로를 받았다. 그러는 동안 어느 순간 복잡한 도심 가운데로 진입했고 합동 총회 현장에 도착했다.

 

여성에 대한 비성경적인 의식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합동 총회의 현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장사꾼들이 와 있었다. 그리고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다. 총신대 신대원에서 내려온 여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뙤약볕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스크까지 하고 침묵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크게 내었다.

 

"합동 총회의 교단법은 헌법마저도 무시하는가?"

"여성도 사역하고 싶다. 기회마저 박탈하지 말라"

"M.Div. 과정 입학 제한은 평등권 침해이다."

"그러나 주 안에는 남자 없이 여자만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지 아니하니라(고전11:11)"

"목사님! 아빠! 저희도 공부하고 싶어요."

 

이런 문구들을 총회 현장 마당에서 들고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 있던 어떤 분의 말에 의하면 이 총대 중 이 문구들을 이해하지 못한 분도 있는 것 같다. 우리 나라 헌법 311항을 보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있는 건데 우리나라 어떤 법을 무시하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좌우간 합동이 여성에 대해서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긴 하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발언은 지금은 고인이 된 임태득 전 총회장의 기저귀 발언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는 합동 총회는 합동에 속한 목회자의 아내가 안수를 받는 것조차 문제를 삼고 총회에서 종종 논의를 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교회 역사 속에서 여성이 없었다면 한국교회는 여기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성에 대한 총회의 인식은 구시대적이고 성경적이지도 않다.

 

이사회의 이번 결의가 밖에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 "어치피 안수도 주지 않는데 뭐 하러 거기를 가냐?"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봤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비록 여성에게 안수를 주지 않는다 하더라고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 사람을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여성 중에서도 목사로서의 소명받은 사람도 많이 있다. 합동에서 안수를 주지 않는다 해도 자신이 자라온 교회의 신학을 공부하고 다른 곳에서 안수를 받고자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회조차 막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타깝게도 총회 기간에 이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윤리 의식이 전혀 없어 보이는 총대

 

총회 현장에 도착해 참관하기 전에 나는 이진오 목사님과 함께 전병욱 목사가 오랫동안 여성도를 성추행해 온 진실을 밝히는 책 <숨바꼭질> 출간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그때 어떤 분이 다가와 나에게 말을 했다.

 

"너는 허물 없어?"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이 질문 자체가 불쾌한데 언제 봤다고 반말을 할 수가 있는가? 처음에는 대꾸하지 않다가 계속 질문하기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나는 총회 현장에 들어가 참관을 해야 하기에 싸울 수는 없었다.

 

"저 역시 허물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허물이 있다고 해서 전병욱 목사의 죄가 덮어지는 것은 아닙니다"고 말을 했는데, 내 말을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몇 차례 반복되는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고 더 이상 대꾸하지 않자 그냥 자리를 떠나셨다.

 

목회자가 성범죄를 저지르고 교회 돈을 횡령하고 교회를 세습하는 등등의 중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 처벌할 생각을 하지 않고 덮고 가려 하고 그 죄를 해결하려는 사람을 향해서 손가락질을 하고 정죄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전병욱 목사의 실체를 밝히는 <숨바꼭질> 책을 비롯해서 목회자들이 중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처벌받지 않는 기사를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이 "내가 목사가 되어서 죄를 저질렀다면 내가 여기 들어와 있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할까 봐 두렵다.

 

이번 총회에서 총무에 나오지 않는 조건으로 4억 원이라는 큰돈을 전별금으로 주었음에도 아무 논의를 하지 않는 합동총회. 범죄를 저지를 목회자들을 처벌하지 못하는 합동 총회. 교회가 자신 거라 생각하고 세습을 하는 합동 총회. 황 총무에게 징계를 내리지는 못할망정 4억을 주어주고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세습 금지에 대해서 아무 논의하지 않은 것 그리고 목회자 윤리 강령에 대해서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그 누구보다도 깨끗해야 하고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서로 덮어 가는 모습은 앞으로 없어야 할 것이며 지금 현재 중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모든 목사들에게 제대로 된 징계를 내리고 처벌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목회자들에 대한 치리가 먼저 확실하게 이루어질 때 어느 정도 바로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총회 현장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해

 

총회 현장 분위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1500명의 총대가 참석하는 회의장 안에는 마이크가 하나밖에 없었다. 마이크 바로 앞에 지난 총회 때까지 없었던 '찬성 발언', '반대 발언' 자리가 마련된 것은 나름대로 신경을 쓴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역시 별 의미가 없어진 것에 대해서 조금 안타까웠다.

 

총회장의 회의 진행 역시 미성숙했다. 가부를 묻고 거수를 할 때도 제대로 수를 세지 않고 총회장의 육감으로 통과를 시켰다. 이상하게도 가부를 묻고 """아니요"에 대해서 다수결을 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가부를 물었을 때, ""하는 사람이 많고 "아니요" 하는 사람이 적다는 이유로 통과를 시켰다.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발언을 하기 위해서 손을 들고 앞으로 걸어 나가며 마이크를 낚아채는 모습이 종종 보였고, 발언을 할 때 야유를 퍼붓거나 고함을 지르면서 방해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심지언 약간의 실랑이도 보이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런 모습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서로 마이크를 잡으려 하고 발언 도중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런 모습들은 어쩌면 총회장의 회의 진행에 미성숙 때문인 듯 했다. 그동안 10년 동안 참관을 해 오면서 총회장들이 안건에 대해 찬성 반대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으려 하지 않고 통과시키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리고 공평한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총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야유를 퍼붓고 고함을 지르는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같았다. 총회장이 좀 더 성숙한 회의 진행을 한다면 회의장 안에서의 갈등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며

 

총회 넷째 날과 다섯째 날 참관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에 잠겼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합동 총회이지만 한기총을 탈퇴한 것과 십일조 의무화 헌법 개정 부결 등은 정말로 잘한 일이고 칭찬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아쉬움이 많은 총회였다.

 

버스 밖에서 내다본 바깥 풍경은 내려갈 때와 마찬가지로 평온해 보이기만 했다. 한국교회도 저렇게 평온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논에서 자라나는 벼들을 보면서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들이 저 벼들과 같이 고개를 숙이는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서동진 / 교회개혁실천연대 회원, 어울림성경나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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