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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활동

[기장 총회참관기] 좋은 총회, 나쁜 총회, 이상한 총회 (2008년)

by 교회재정건강성운동 2012. 1. 16.

[기장 총회참관기] 좋은 총회, 나쁜 총회, 이상한 총회

 

지난 9월 22~25일까지 제주도에서 개최되었던 금번 총회는 개신교의 제주 선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었던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특히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는 금번 총회를 통해 총무선거 및 이와 관련되어 야기된 교단 내 갈등 극복의 문제, 한신학원 운영 건 등 중대하고 산적한 많은 문제들을 처리해야 할 과제를 지니고 있었던 만큼, 총회의 개회가 선언되자마자 뜨거운 논쟁들이 이어졌다. 세부적 내용은 참관 결과 보고 자료를 통해 언급될 것으로 판단되는바, 지면과 능력의 한계상 주요 논점 위주로 간략히 기술하고자 한다.

1. 회의 진행 전반
 712명의 총대와 다수의 언권 및 초청위원으로 구성된 93회 총회는 그 시작을 알리는 예배에서 지구본과 태극기, 그리고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예배위원이 입장하는 모습이 매우 이채로웠다. 이는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이라는 사회 현안을 잊지 않으려는 교단 차원의 의지를 반영했다는 점으로서의 의의와 함께 기장의 대 사회 참여가 민족(통일) 문제에 집중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예배 이후, 총회 개회 선언에 앞서 진행된 성원 확인 절차에 있어 회원 점명을 노회 서기보고로 대체한 점은 회의 진행의 합리성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됨이 있으나 적법한 절차 준수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지니며, 이는 그 후 이어지는 회의의 매 시간 회원 점명을 생략하는 모습에서 한층 문제점을 가진다고 하겠다. 교단 내 전체 교인들을 대표하여 모인 총대들의 결의가 명실상부한 권위를 지니려면 이와 같은 기본적 절차에 대한 준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로부터 시작된 3박 4일간의 총회는 비교적 상호간의 논의가 질서정연하게 진행되었고, 최초 회의장 뒤편에 위치한 총대들에 의해 제기된 발언용 마이크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바로 시정조치를 취하는 등의 모습(6대에서 10대로 증설)은 소통과 논의를 위한 총회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였으며, 이는 수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실시간 인터넷 중계 등의 노력에서도 일정부분 반영되었다고 하겠다. 다만 이와 같은 노력이 동영상 중계 시 장애인을 위한 수화 중계 병행 실시나 퇴근 후 총회를 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동영상 녹화 등의 보완점을 통해 더욱 의미를 살려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아울러 회의 진행에 있어 초반 총무 선거 등 주요 쟁점 사항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위원회 보고 및 안건 심의 등에 있어서는 큰 관심 없이 가부가 결정되는 모습은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양성평등위원회 보고 시 ‘해당 위원회 활동이 여성 문제로만 기울어져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내용의 질문 등은 일부 총대들이 교단의 총대라는 주요 직책에 부합되지 않는 낮은 자질과 가부장적 의식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였고, 기장청년회 보고 시 준비한 동영상 방영을 ‘필요없다’라는 반응으로 상영치 못하게 한 점은 청년에 대한 총회와 교단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아쉬움을 가지게 하였다.

 끝으로 회의 진행 중 격론의 벌어지는 순간에 간혹 나타난 총회장의 일방적인 의결 진행과 관광과 같은 일정과 지나치게 긴 내·외빈 인사말 순서 등은 심지어 일부 회의를 정회하면서까지 철저하게 지켜진 반면, 회의 시간 부족을 이유로 정작 주요 현안들이 실행위원회로 서둘러 넘겨지는 모습은 효율적인 회의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지닌다고 하겠다.

2. 안건
 총회는 안건에 있어 거의 대부분 교단 내 정치·재정 문제에 집중한 기타 교단과 달리 대 사회적 현안에 대한 공공성 있는 논의가 비교적 의미 있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생태와 환경에 대한 논의와 양성평등에 대한 교단 산하 교육기관에서의 필수교육 선정에 대한 논의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으며, 특히 추가 안건을 통해 상정된 ‘한상렬 목사 석방을 위한 특별기도회 개최에 대한 건’이 총회의 결의를 통해 마지막 날 아침 기도회를 통해 진행되었던 점과 이와 함께 진행된 구속수감자 석방 서명 및 특별 헌금 등의 활동은 총회의 이와 같은 의지가 잘 반영된 예라고 하겠다. 또한 총회가 채택한 성명서에서 제주 4.3을 기념하고 해군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을 명시한 것 또한 생명과 평화를 지향하는 하나님의 선교 정책을 구현하는 의의를 지닌다고 하겠다.

3. 기타
 총회 기간 동안 회의장 앞 로비에서는 금성교회 교인들의 침묵시위와 한신대대학원 학생들의 목사후보생 수련과정의 문제점을 알리는 활동이 이어졌고, 이는 결국 수요일 오전 진행된 사회부 보고 시 문제의 쟁점이 되었던 금성교회 담임목사의 사회부장 선임에 격분한 교인들의 회의장 내 시위와 같은 아쉬운 모습을 낳게 되었다.
 
아울러 제주 선교 100주년을 기념하며 제주 총회를 열었던 장로교 주요 교단이 함께 드린 연합예배는 분열로 치달았던 한국 장로교회사에서 큰 의의를 지니는 행사라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연합만을 위해 다른 중요 사항이 간과된(예: 준비 단계에서 기장과의 예배에 문제를 제기한 특정 교단에 대한 조치, 분열이 아닌 축출로 나뉜 기장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하게 넘어간 점 등)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총회가 채택한 성명서의 의지를 구체적으로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수요일 오후에 진행된 관광을 4.3기념관과 유적지 견학이나 해군 기지 건설 예정지 방문 등의 활동을 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총회는 교단을 대표하는 회의체이고 그 결의는 교단 전체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권위를 지닌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볼 때 좋은 총회란 전체 교단 구성원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고 전체 회원 및 사회와의 실질적인 소통 구조 마련을 통해 일부 종교 정치인들의 권모술수의 장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적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각종 안건들을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의하고 시행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내는 모임이어야 할 것이다. 반대로 가부장적 권위주의 구조를 통해 총회의 입장을 수직으로 하달하고, 소수 권력자들이 일방적인 의결을 행하며, 종교 집단의 이기주의를 구현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총회는 사라져야 할 나쁜 모임일 것이다. 혹은 그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흐지부지한 모습은 존립의 가치를 찾을 수 없는 의미 없는 총회가 아닐까? 기장의 93회 총회를 희망과 아쉬움의 마음으로 참관하며 진정 의미 있는 ‘좋은 총회’로 남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고상균/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