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98회 총회 혼란 예고한 선거법 개정 

총회 결의 '세례 교인 수 제한' 삭제 논란…'특정인 밀어주기' 의혹 스멀스멀

개정된 선거법 때문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정준모 총회장) 98회 총회가 시작부터 시끄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실행위원회는 97회 총회 결의를 삭제한 선거법개정위원회의 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킨 데다, 소송이 들어올까 봐 이미 공고된 개정안을 다시 인준하는 무리수를 뒀다. 총회 결의를 실행위나 선거법개정위가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교단 인사들은 98회 총회에서 이 문제를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며 벼르고 있다.

   
▲ 97회 총회 결의를 삭제한 채 개정된 선거법 때문에 98회 총회가 시작부터 들썩일 전망이다. 실행위원회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두 번이나 회의를 열었다. 상식에 맞지 않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며 일각에서는 '특정인 밀어주기'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마르투스 이명구

사건의 발단은 선거법개정위가 내놓은 개정안이다. 97회 총회는 절충형 선거제도(제비뽑기+직선제)를 채택하면서 연구 및 시행위원 5인을 두기로 했다. 이렇게 결성된 선거법개정위는 2월 14일 공청회를 열었다. 위원회가 들고 나온 개정안 초안에는 총회 임원 입후보 자격 중 97회 총회에서 결의한 '세례 교인 수 500·300명 이상 교회 시무자' 조항이 빠져 있었다. 대신 한번도 입에 오르내린 적 없는 '총회 활동 경력'이 추가됐다.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강흥찬·김영우 목사 등은 "총회의 수장이 될 사람은 총회에서 여러 일을 하면서 시행착오도 겪어봐야 한다"며 환영했다. 반면, 남태섭·이영신 목사 등은 "총회에서 결의한 내용을 한 번도 시행해 보지 않고 위원회가 폐기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대했다. 선거법개정위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선거법개정위가 2월 27일 실행위에 상정한 최종안은 공청회 때와 거의 똑같았다. 실행위 안에서도 의견이 충돌했다. 이형만·정중헌 목사 등이 "총회 결의를 바꾸려면 노회에서 헌의안을 내든지 본회에서 긴급동의안을 올려야 한다. 고작 실행위원 50명이 뒤엎을 수 없다"며 "선거법개정위는 절충형 선거 방식만 손질하면 되는데 왜 세례 교인 수 조항까지 손을 댔느냐"고 반박했다.

선거법개정위 고광석 서기는 후결의가 선결의에 앞선다고 항변했다. 그는 97회 총회에서 세례 교인 수 제한 조항을 추가한 다음 날 절충형 선거제도가 확정돼, 선거법을 전반적으로 고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행위에서는 갑론을박이 지속됐지만 결국 개정안을 그대로 받았다. 선거관리위원회(이기창 위원장) 내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상충했지만, 실행위가 받은 개정안을 번복하기 어려워 3월 25일 회의에서 개정안을 수락했다.

몇몇 교단 인사들은 개정안이 총회 결의를 빼 버린 것은 물론, 절충형 선거제도의 취지도 살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총회 현장에서 제비뽑기로 두 명을 선출한 뒤 직선제에 들어가는 방식을 적극 활용하려면 일단 후보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자격 조건을 대폭 낮춰야 하는데, 오히려 총회 활동 경력을 추가해 문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후보가 두 명만 출마했을 때 바로 직선제로 돌입해 금권 선거의 위험에 노출되는 맹점을 극복할 만한 대책도 없었다.

서중노회 배재군 목사는 4월 17일 정준모 총회장과 선관위에 선거법을 총회 결의대로 돌려놓지 않으면 사회법에 고소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배 목사는 "97회 총회는 5인 위원회에 선거법 전면 개정을 위임한 바 없기 때문에 선거법개정위라는 명칭 자체가 불법이고 위원회가 임의로 선거법에 손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송 위기에 직면한 총회는 5월 1일 실행위를 열어 선거법 개정안을 다시 통과시키는 촌극을 벌였다. 이미 신문지상에 두 차례나 공고된 선거법을 다시 끄집어내려 인준한 것이다. 총회 선거 규정에 따르면, 선거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선관위가 개정안을 총회에 상정하고 총회가 최종 인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실행위는 형식적으로 이 절차를 밟는 흉내를 낸 것이다. 황규철 총무는 이전 실행위 결의는 '예행연습'이었다고 표현했다.

선거법 개정 절차는 뒤죽박죽이 됐다. 실행위 결의 때문에 선관위가 개정안을 수락했는데, 반대로 선관위가 개정안을 상정하고 실행위가 인준한 것처럼 꾸몄다. 눈 가리고 아웅 하듯 밀어붙이는 모습에, 일각에서는 '특정인 밀어주기' 아니냐는 의혹이 피어오르고 있다. 교회는 작은데 총회 활동 경력만 화려한 몇몇 인사들에게 걸맞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개정 선거법은 98회 총회에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다. 총회 결의를 몇몇 인사들이 손바닥 뒤집듯 하는 모습을 규탄하는 총대들은 총회 첫째 날 임원 선출 전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노회는 총회 결의를 뒤엎은 선거법 개정을 폐기하고 97회 총회 결의를 따를 것을 헌의하기로 했고, 배재군 목사는 결국 사회법 소송 의사를 밝혔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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