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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목회자의 윤리 ③목회자와 학위 [2013/4/15 기독공보]

by 교회재정건강성운동 2013. 7. 26.

목회자의 윤리 ③목회자와 학위
[2895호] 2013년 04월 15일 (월) 11:13:02 [조회수 : 448]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돈'이 '학위'가 되는 목회자 세상
한국교회, 1990년대 가짜 학위로 홍역
담임목사 학위 논문 대필 행위 여전
논문 한편 쓰지 못하는 박사 수두룩

1980, 90년대에 한국교회 내부에서 출발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일이 있다. 일명 '가박'이라고 알려진 '가짜 박사학위' 문제이다. 목회자 사이에 유행같이 번지기 시작한 학위 취득이 결국 돈과 학위를 맞바꾸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이 학위장사(?)를 주도했던 인물 중에는 대형교회에 시무하던 S 목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S 목사는 가짜 박사학위가 문제가 되자 "목회자들이 공부를 하지 않아 공부를 시키기 위해 학위과정을 운영했다"고 해명을 하기도 했다. 이 가짜박사 학위는 미국에 있는 학교와 대부분 연결되어 있었으며, 미국에 1주일 다녀 오고 학위를 취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미국 대학교는 우리 사회와 달라 대학교 인정하는 기관에 소속해야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으나, 문제가 된 대학들은 이러한 공인된 기관에 속해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작은 건물 한동에 강의실 하나 없이 대학교라는 간판만 걸어 놓는 곳까지 있었다.
 
이같은 기독교계 가짜 박사학위 문제는 국회로까지 확산돼 1990년대 중반에는 국정자료에 신학대학교 교수 중에 가짜박사 학위 소지자 명단이 오르기도 했다. 당시 자료에는 국내 유명 신학대학교 학장을 지낸 인사까지도 포함되었다. 이 자료는 대외적으로 공개는 되지 않았지만 한국교회 가짜 박사학위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목회자 가짜 박사학위가 통용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목사'위에 '박사'라는 학벌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1980, 90년대의 이같은 학위 선호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음을 보게된다.
 
최근에 방송가를 떠들석하게 한 사건이 있다. 스타강사로 불리던 K 씨가 대학원 석사 과정에서 쓴 논문이 표절이었다는 것이다. 유명세를 타고 있던 K 씨는 한 방송 토크쇼 프로그램 출연해 2회분량의 녹화를 마쳤지만 학위 표절 문제가 불거지면서 2회는 방영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한국교회에서도 학위와 관련한 문제가 최근 불거져 나왔다. S교회의 O 목사의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이라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교회에서 문제가 확산됐다. 당회에서 마무리 해서 수면아래로 문제가 가라 앉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교계 내에서 목회자의 박사 학위 논문의 진의와 함께 표절, 대필 문제가 솔솔 흘러 나오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회들이 경쟁적으로 담임목사 청빙 자격조건에 '박사학위 소지자'를 첨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미 담임목사로 시무하면서 학위 과정을 밟는 목회자도 늘어났다. 그러나 문제는 학위에 대한 수요가 늘고, 담임목사의 자격조건에 '박사'가 포함되면서 신학대학교 내에 박사 과정이 대부분 설치 됐다. 그리고 미국 등 해외 학교들과 연결해서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와 기관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연 정상적으로 과정을 마치고 학위 취득의 조건인 논문을 수준에 맞게 썼는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회의 목회 현장으로 봤을 때 중ㆍ대형교회 담임목사가 박사학위 논문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담임목사가 학위논문을 직접 쓰기 보다는 대필된 학위논문이 부지기수라는 지적이다.
 
국내 대학교의 경우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시작해서 학위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5년에서 10년은 걸려야 한다. 이 기간에 학위를 마치는 것이 쉽지 않다고 교수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학위를 남발하는 대학교의 경우 단기간에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결국 제대로된 학위라기 보다는 표절이나 수준 이하의 학위논문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대필인 경우가 많다.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담임목사를 대신해서 부교역자가 논문을 대신 작성해 주는 사례가 이미 여러 차례 포착됐다. 특히 목회 현장 중심으로 논문을 작성하는 목회학박사(D.Min)의 경우 논문 작성은 부교역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목회자가 일반적으로 취득하는 철학박사(Ph.D), 신학박사(Th.D) 논문도 대필로 이루어 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교계일각에서는 "돈(학비)은 교회가 내고, 공부는 부목사가 하고, 학위는 담임목사가 받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위를 취득하고도 논문 한 편 쓰지 않은 목회자가 상당수이다. 자신이 전공했다는 분야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강의 조차 못한다.
 
지난 3월에 한 일간 신문에 '수업 빼먹고 논문 대필…고위공무원의 참 쉬운 박사따기'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국은 외국에 비해 학위논문 표절이나 대필에 관대하다. 학위논문이 문제가 되고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자리에 복귀되고, 정치권에 입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같은 사례가 발생했을 때 학위 박탈은 물론이고, 공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기독교계는 O 목사의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사건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솜방망이식 징계로 덮어버리기 일쑤다. '학위'만 있는면 됐지,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 학위에서 가장 중요한 논문의 질 등은 고려치 않는다.
 
이미 한국교회는 목회자 가짜 박사학위 문제로 홍역을 치뤘다. 그러나 교회가 학벌을 선호하는 이상 학위 취득을 위한 목회자들의 행위는 수그러 들지 않을 전망이다. 지속적인 학문에 대한 열망을 탓할 수는 없다. 학문에 대한 열정보다 '돈'이 '학위'가 되고, 자신의 노력이 없이 학위를 취득하는 일만은 더이상 지속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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