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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활동

[예장합동 참관기1] 여성 관점에서 본 예장합동 총회

by 교회재정건강성운동 2016. 10. 12.

여성 관점에서 본 예장합동 총회


박유미(전 총신대 강사)


회의장앞.jpg

교단 총회에 피켓을 들러 가본 적은 있지만, 총회 참관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장에 대한 첫 느낌은 낯섦이었다. 남성 목사·장로만으로 구성된 회의장 모습은 권위적이었고 여성인 필자가 느끼기에 배타적이었다. 회의장으로 들어갈 때도 '여자가 이곳에 왜 왔을까?'라는 호기심 어린 눈총을 받았다.

 

여성은 목사가 될 수 없으므로 총회의 정식 회원이 될 수 없다. 여성인 필자는 그곳의 일원이 아닌 이방인으로, 관찰자로 있었다. 하지만 온전히 관찰자로 남을 수 없는 것은 총회 결정이 예장합동에서 교회를 다니고 사역하고 강의하는 모든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이 속한 교단과 교회 문제에 자신의 목소리를 전혀 낼 수 없다는 사실에 상당히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회의장 안에도 여성은 있었다. 회의를 돕기 위한 진행요원과 목사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서 온 여성도들, 총회 임원들에게 휘장을 달아 주고 꽃다발을 전달하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온 이들이다. 회의장에서 여성에게는 총대들을 보조하고 축하해 주는 역할만 주어졌을 뿐이다. 축하받는 남성 총대들과 이들을 축하하는 한복을 입은 여성의 구도는 가부장적인 역할에 묶여 있는 한국교회의 남녀 불평등 구조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 준 장면이었다.

 

총회의 기관이나 회무 처리 과정을 보면, 교회 일원인 여성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관이나 순서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장합동에 속한 여전도사, 여전도회나 여권 사회를 위한 부서는 총회 안에 없다. 교회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이 겪는 문제, 여성이 건의하고 싶은 내용을 직접 총회에 부치거나 여성 문제를 여성이 발언할 기회도 전혀 없다.

 

그렇기에 여성 문제를 제기하려면 총대들의 개인적 양심과 호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렇게 절반이 넘는 구성원의 목소리가 삭제된 총회가 정말로 교단 전체 의견을 대변하는 총회라 말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회의장 밖에는 회의장 안에서 거론되지 못한 세 개의 목소리가 있었다.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들의 여성 안수를 허용하라는 목소리. 전병욱 목사를 치리해 달라는 삼일교회 교인들의 목소리.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학적 문제를 빨리 처리해 달라는 목소리. 이 세 목소리 중 두 개가 여성 관련 이슈다. 이 두 이슈는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둘 다 교회 내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며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라는 남녀 불평등적 가치관에 기반을 둔다.

 

여성 안수의 경우,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이기 때문에 여성이 안수를 받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병욱 목사 성범죄 사건처럼, 남성 목사는 지위를 이용해 여성을 교회와 목사에게 종속된 존재로 보고 성적 대상화한다.

 

종교인이 성범죄자 1위인 이유에는 여성이 남성 지도자에게 종속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불평등적 구조가 있다. 그러나 여성 관련 문제는 총회에서 정식 기관을 거쳐 의논되지 못하고 회의장 밖 교회 마당에서 외쳐질 수밖에 없었다. 문 안에 있는 사람들과 문 밖에 있는 사람들 모습에서 우리는 예장합동 총회가 여성을 배척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의장 밖에서 여성 안수를 허락해 달라고 피켓 시위를 할 때 예장합동이 아직도 여성 안수 문제와 여성 인권 문제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급한 문제가 아니고 시기적으로도 여성 안수를 논의하는 것조차 반감을 가진 총대들이 있기에 나중에 다루어야 할 문제로 치부된다. 10년째 여성 안수를 허용해 달라는 여성 사역자들의 외침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총회는 아직도 교회에서 더 많은 수를 차지하는 여성에게 무관심하다.

 

현재 교단마다, 교회마다 교인이 줄어든다고 아우성이다. 이번 예장합동에서도 이 문제를 안건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교단은 아직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각 교단 교회 통계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남성이 줄어드는 숫자보다 여성이 줄어드는 숫자가 더 많다. 단순히 교인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줄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여성이 점점 줄어든다.

 

남녀평등을 당연한 가치로 배우고 자란 새로운 세대의 여성들에게 현재 예장합동의 여성관은 구시대적이며 가부장적이고 남녀 차별적이라고 여겨진다. 교회는 더 이상 여성에게 해방과 구원을 주는 곳이 아니라 억압과 차별을 주는 곳으로 인식된다.

 

이런 사회적 변화, 여성 인식 변화에 맞춰 새롭게 여성과 남성의 평등성에 대한 신학적 연구와 여성 안수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여성을 무시하고 배척하는 태도를 일관하면 예장합동의 미래는 어둡다.


모쪼록 예장합동 총회는 전병욱 목사와 같은 성범죄자는 엄격하게 치리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 빠른 시일 내에 여성을 인격적인 대상으로 함께할 동역자로 인정하고 여성 안수와 여성 평등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길 바란다.

 


 ※ 이 글은 뉴스앤조이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