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제92회 총회가 9월 10일 청주 상당교회에서 막이 올랐다. (사진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지난 9월 11일에 통합 총회에 다녀왔다.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시는 분에게 부탁을 받고 차마 거절하지 못해서였다. 참고로 교단 총회참관단은 교단별 총회 진행상황을 관찰·분석하여 비판과 감시 기능을 할 뿐 아니라 나아가 더 내실 있는 총회 운영과 정책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고자 발족하였다. 혼자가기 심심할 것 같아서 학교 친구들에게 같이 가자고 했는데, 다들 바빴다. 하나님나라를 보고 싶은 나는 학교 수업을 포기하고 혼자서 총회가 열리는 청주로 내려갔다. 다행스럽게도 평소 존경했던 니고데모 선생이 함께해 주셨다. 밤중에 예수님을 찾아 갔던 화려한 경력이 있는 니고데모 선생은 총회에 처음 참관하는 내게 친절한 안내와 자세한 설명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나와 니고데모 선생의 대화이다. 참관기를 희곡 형식으로 적어 본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아침 7시 반에 버스를 타서 청주 터미널에 9시쯤 도착했다. 총회가 열리는 상당교회까지는 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서 총회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였다.

나 : 사실 저는 이런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니고데모(이하 니고) : 참관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교단 총회의 건전성·성실성·개혁성을 확보하고 총대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공정하게 총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총회 열리는 교회 앞마당엔 판매부스 가득

   
 
  ▲ 거룩한 총회가 열리는 교회 앞에서 외부 판매상의 부스가 설치되어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진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10여분쯤 가니 큰 애드벌룬과 현수막이 보였다. ‘영광 성총회’ 거룩한 총회를 자기들의 교회에서 해서 영광이라는 뜻인가 싶었다. 멀리서 봤을 땐 이마트가 먼저 보였는데, 교회는 이마트 바로 옆에 있었다. 비슷한 크기와 모양으로. 교회에 들어가려는데 예상 밖의 장면에 멈칫했다. 거룩한 총회가 열리는 교회 앞마당에서 외부 판매상의 부스가 설치되어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나 : 이런 영업을 총회에서 규제하지는 않나 봐요?

니고 : 정확히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보다시피 넥타이, 안마기, 강대상, 주석 서적, CD, 재건축 인테리어 등 많은 영업을 하는데,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넥타이 코너죠. 총회 시간에도 간간히 판매 부스를 기웃거리는 총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총회장 앞의 판매상 부스에서는 넥타이가 가장 많이 팔린다. 아주 싼 값에 팔기 때문이다.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다. 앞으로 목사님들의 넥타이를 유심히 봐야겠다. 총회장에서 사신 것은 아닌지. 약간 어리둥절한 채 상당교회 건물 안에 들어갔다. 총회가 진행되는 본당으로 별다른 저지 없이 들어가서 보도석에 앉았다. 위원회 보고를 하고 있었다. 간단한 분위기를 파악하고 니고데모 선생에게 말을 걸었다.

나 : 총회장(場)의 장소가 너무나 세련되고 화려해요. 교회 자체가 최신 공연장처럼 현대적이고 고급스런 곳인데다가 온갖 장식과 치장으로 눈이 부실 정도네요. 또한 발언하는 총대의 모습과 프로필이 정면 스크린에 바로 비춰지고, 바코드 인식기로 총대들의 출석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등 최첨단 시설로 총회의 진행을 원활하고 격조 있기까지 해요.

니고 :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만, 이러한 것들이 좋다면 좋다고 할 수 있으나, 교회는 세상의 일반 기업 등의 총회와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과 똑같이 아니 오히려 더 심하게 하려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합니다.

나 : 사람들도 엄청 많네요.

니고 : 통합 측 총대 수는 1500명이나 됩니다. 각 노회의 교세에 따라 배분된 숫자죠. 이번 총회 총대도 1500명이지만, 제주노회가 총대명단을 보내오지 않아 20명이 제외되었습니다. 여기에 노회 경계 문제로 총대권 문제가 발생한 전남노회 총대 1명이 교체 명단을 접수하지 않아 이번 총회 참석 총대는 1479명입니다. 그리고 첫날 등록한 총대 수는 1426명입니다. 장로가 717명, 목사가 709명.
 
: 뭔가 매끄럽지가 못하군요. 그런 결점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겠네요. 하하. 재밌겠군.

이런저런 보고를 하고, 잠시 쉬는 시간이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아주 밝은 표정을 짓는 다소 젊은 어른들을 만날 수 있었다.

: 총대들뿐만 아니라 유니폼 같은 것을 입은 어른 분들도 많은데, 어디서 나오신 걸까요?

니고 : 총회가 열리고 있는 장소인 상당교회 교인들입니다. 리허설까지 하며 많은 준비를 했답니다.

나 : 그런데 총대들이 그분들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싸늘해요. 자기네들끼리는 반갑게 인사도 많이 하는데, 봉사하시는 분들의 인사는 전혀 받지도 않고 무시하네요.

니고 : 그러게 말입니다. 가장 작은 자에게 하는 것이 예수에게 하는 것인데….

속회가 되었다. 총회가 이어진다는 전문 용어다. 회의록에는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어제 일정을 보고하는 시간을 갖는 것 같았다. 갑자기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나 : 무슨 일이죠?

니고 : 어제 개회 예배 때 헌금을 걷었나 봐요.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데 전액 사용하기로 했대요.

: 그게 박수 칠 일인가요?

니고 : 신임 총회장인 김영태 목사님이 1000만 원을 따로 헌금했다네요. 그래서 박수치는 거예요.

나 : 아. 총회장하려면 돈이 많아야겠네요.

몇몇 총대는 보고 중에도 밖으로 나가

   
 
  ▲ 기대했던 총회. 기대만큼이나 아쉬움이 컸다.  (사진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지루한 보고가 계속되는 가운데 몇몇 총대가 인내심을 잃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총회장을 나가는 모습이 하나둘씩 보였다.

: 저런 거 사진 찍어야 되는 거죠? 저런 모습이 자주 발생하나요? 

니고 : 각 위원회의 보고 같은 평의한 순서 때는 많이들 나갑니다. 나가서 동창회 같은 분위기로 인사하고 이야기꽃을 피우죠.
 
나 : 그래도 위원회의 보고가 중요하지 않나요?

니고 : 위원회의 보고 내용에선 크게 논쟁이 안 돼요. 그래서 다 듣지도 않고 유인물로 보고를 받자고 대충 동의한 후에 금방 넘어가는 분위기죠. 웬만한 사안이 아니면 다 넘어가요.

약간 실망을 했다. 엄중하고 경건한 분위기와 적극적인 참여의 모습을 기대했던 탓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전국에서 힘들게 모였으면서도 가볍게 쉽게 쉽게 넘기려는 기운이 감지되었기 때문에 더욱 안쓰러웠다. 더욱 실망한 것은 아주 사소한 문제로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총회를 진행하는 총회장의 의사 진행 용어 중 동의를 묻는 방식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 왜 저런 사소한 걸 가지고 시비를 가리는 거죠? 비슷한 안건에 대해 경미한 차이의 발언을 여러 총대가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정말 유치하네요. “가하면 예, 부하면 아니요”가 그리 중요한가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거나 시간의 효율을 위해 “찬성하십니까?”라고 간단히 묻기만 하자는 등의 의견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은 정말 볼썽사납네요.

니고 : 그러게요. 그래도 총대의 발언이 3분을 넘기지 못하고 대형 스크린에 발언하는 사람의 얼굴과 소속이 다 뜨니까 그나마 점잖게 하는 거랍니다.

헌법 개정위원회의 보고가 절정이었다. 헌법 개정안 중에 교회 직원의 노동조합 결의를 금지한다는 조항에 대하여 ‘독소조항’이라는 항의가 있었다. 다른 보고는 위원장이 먼저 나와 인사하고 서기가 보고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헌법 개정위원회는 서기가 먼저 나왔다. 서기가 준비해 온 자기 변호 글을 읽을 동안에 곳곳에서 야유(“야!”, “하지마!”, “어이!”, “그만해!” 등)가 터졌다. 잠시 졸음이 왔는데, 확 깨고 집중해서 들어보았다.

나 : “사람은 말보다 행동이 앞선다”며 자신의 행동은 깨끗하고 정당하다는 내용의 짧은 글인 것 같네요. 

니고 : 서기의 행동에 대하여 사전에 오해가 있어서 그것을 해명하려던 노력 같습니다. 가끔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 정확한 정황을 몰라서 할 말이 없네요.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린 채 급하게 흐르는 총회 진행 상황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보고 순서가 진행되었다.

: 오늘은 임원선거와 안건 토의가 없나 봐요. 총회의 꽃이라던데. 임원선거는 가장 중요하니까 첫날에 했다고 쳐도, 안건 토의를 마지막에 하면 끝까지 남아있을 총대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잘 되나요?

니고 : 걱정하는 것처럼 잘 안 됩니다. 안건 토의 순서가 매일 조금씩 균등하게 배분되면 더 활발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을 텐데, 진행상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항상 마지막에 순서를 잡아 급하게 해치우는 경향이 있죠.

나 : 바뀌어야겠네요.

방청하는 사람 너무 적어…여성 참여도 확대해야

위원회의 보고가 속히 진행되어 오후에 계획된 보고까지 다 끝났다는 총회장의 안내가 있었다. 의아했다. 하루 일정을 이렇게 느슨하게 잡아서 시간을 아끼는구나. 하루만 참관하는 나로선 뭔가 매우 아쉬워 총회장의 모습을 눈 사진기에 많이 찍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 우리처럼 참관, 방청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네요. 보도실에는 기자 5명, 저기 멀리 성가대석에 위치한 방청석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여자분들 10여 명뿐이네요.

니고 : 방청 회원이나 언권 회원의 자격으로 오는 다음 세대(젊은이)가 거의 없지요.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지도 않고 우리처럼 간혹 한두 명이 와도 환영하지 않죠.

나 : 다음 세대를 품는다는 총회의 주제가 무색하게 느껴지네요. 총회에 누구나 참관할 수 있게 하고, 총대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광고를 하여 많은 사람들의 감시와 참여로 총회가 더욱 풍성해지면 좋겠어요.

니고 : 물론이죠. 나아가 여성의 참여도 확대되어야 해요. 다른 교단의 총회보다는 낫지만, 통합의 여성 총대는 11명에 불과해요. 대부분 이전 총회에서 처음으로 선출된 여성총대들인데, 교회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비율을 생각해보면 한참 부족한 숫자죠. 1노회 1여성 총대의 청원이 있긴 했는데 시행되지 못하고 있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정회하고 점심을 먹고 왔다. 지하 식당에 다과가 준비되어 있기에 감사하게 맛있게 먹으면서 주방과 쓰레기통을 둘러보았다.

: 역시나 간식꺼리들도 고급스럽군요. 그런데 분리수거도 안 하고, 일회용 컵을 사용하네요. 총대들이 하루에 한 잔의 컵만 사용한다고 해도, 5일이면 7000여 개의 종이컵이 버려질 텐데요.

니고 : 교회가 생명을 잉태하려면, 우선 가장 기초적인 생명과 환경 보호를 실천해야 합니다. 대기실과 휴게실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종이컵을 플라스틱이나 유리 등 씻고 다시 사용 가능한 컵으로 바꾸라고 요구해요. 또한 쓰레기의 분리수거도 해야 합니다.

나 : 덧붙여서 총대들만 배불리 먹지 말고, 지역의 빈곤 주민들이나 걸식 아동들을 초청해서 함께 나누면 좋겠어요. 보나마나 많은 음식이 그냥 버려질 텐데 너무 안타깝네요.

니고 : 인간 상호간의 생명 살림을 위하여 그런 노력들은 정말 중요하죠.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실천들을 교회가 예수님의 정신으로 해야 합니다.

: 그런 일을 총회가 앞장서서 시범적으로라도 한다면 전국의 교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지요.

아쉬운 마음이 컸던 총회

   
 
  ▲ 나는 총회에 참관하면서 느꼈던 것을 꼼꼼하게 적었다. (사진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2시가 되어 총회장으로 다시 올라갔다. 특송이 있은 후에 증경 총회장의 인사 순서를 가졌다. 약 15명이나 되는 역대 전 총회장들이 모두 강단으로 올라왔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면서. 다 호명하자 현 총회장이 모두 일어나서 박수로 환영하자고 말했다. 총회의 어른들이라면서.

: 교회가 아닌 다른 총회도 이렇게까지 전 총회장들에게 대우를 잘 해주나요?

니고 : 그렇지 않죠. 교회가 가장 심한 거 같아요. ‘증경’이라는 단어도 아주 독특하게 사용되는 거죠. 전 총회장도 아니고 증경 총회장.

: 제가 볼 때도 어른들을 존경한다기보다는 이름, 자리 체제가 주는 권력과 위엄이 이런 이상한 풍토를 만드는 거 같네요.

얼마 안 되어 오늘 일정이 다 끝났다. 시간이 매우 많이 남아서, 다음날로 예정된 위원회의 보고가 지금 가능하냐고 묻자 곳곳에서 “안 된다”는 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각부 위원회 모임으로 흩어지면서 오후 순서를 마쳤다. 예상보다 너무 일찍 끝나 그냥 가기 아쉬워 니고데모 선생과 몇 마디를 더 나누었다.

니고 : 오늘 전체적인 느낌이 어땠어요?

나 : 총회의 진행과 관련해서는 기대만큼 엄격하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각부, 위원회의 보고는 형식적이었고, 법 해석에 대한 논란이 발언의 절반 이상이었죠. 정말 중요한 문제는 설렁설렁 넘어가고, 사소한 율법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주된 논점이 된 부분은 가장 큰 안타까움으로 남아요. 율법의 패러다임을 깨고 성령과 복음의 패러다임으로 총대들의 사고가 바뀌어야 할 텐데요.

니고 : 또 다른 개선되었으면 좋을 점은요?

: 총대들의 연령이 너무 노령화되어 있고, 목사님이나 장로님이 아니면 총회에서 의사결정권이 없는 현 제도는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적으로도 참정권이 확대되어 여성과 청년의 목소리를 총회에서 많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어르신 분들은 그들의 의견을 잘 담아내고 전달하기 힘드니까요.

니고 : 좋은 생각이네요. 총회가 이번 주제처럼 생명을 잉태하고 다음 세대를 품으려면 총회의 담을 더욱 낮추고 문을 활짝 열어서 다음 세대의 많은 참여를 장려해야겠네요. 
 
: 내년에는 친구들도 데려올게요. 함께 감시하고 비판하여서 대안을 모색해야지요. 미래의 교회는 우리가 이끌어가야 하니까요. 이제 돌아가서 하나님의 생명을 치열하게 잉태하고 내년에는 거듭나서 또 오겠습니다. 하나님나라를 함께 구현해가는 동지와 함께요.

니고 : 고마워요. 그러면 내년에 또 만나요. 학교에서 승리하시고요! 샬롬.

김태훈/ 장신대 신대원생,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 참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