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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흐지부지 사그라진 총대들의 개혁 열망[2013/2/20 뉴스앤조이]

by 교회재정건강성운동 2013. 7. 26.

흐지부지 사그라진 총대들의 개혁 열망

뜨겁게 타올랐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제97회 총대들의 개혁 열망이 흐지부지 사그라졌다.

정준모 총회장이 날치기 파회 선언을 하자 총회 현장에 남아 있던 842명의 총대들은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서창수 위원장)를 결성하고 △비상 총회 개최 △총회장 불신임 △총무 퇴진 등을 요구하며 5개월간 총회장·총무와 각을 세웠다. 11월 15일 대전에서 열린 비상 기도회에는 1500여 명의 목사·장로들이 참석해 교단을 좀먹는 정치꾼들을 몰아내자고 결의했다. 부산과 대구, 전주 등 전국에서 릴레이 기도회가 이어졌고, "하나님께서 예장합동에 주신 마지막 기회"라며 '속회 총회'를 통해 교단을 개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2월 19일 '속회 총회'가 열린 대전 엑스포컨벤션웨딩홀에는 비대위가 마련한 1100여 석이 가득 찼다. 비대위가 파악한 이날 참석 총대는 목사 413명, 장로 385명으로 총 798명이었다. 112개 노회에서 참여했다. 97회 총회 재적 1537명의 과반이 넘어 '속회 총회' 회의 정족수가 성립됐다. 총대들은 '속회 총회'에서 정치부 미진 안건, 긴급동의안, 특별위원회 선정 등을 총회 임원회에 위임했다. 정준모 총회장이 3월부터 7월까지 근신하며 임원회 사회를 부총회장에게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도 채택했다. 비대위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자평했다.

   
▲ 2월 19일 '속회 총회'가 열린 대전 엑스포컨벤션웨딩홀에는 비대위가 마련한 1100여 석이 가득 찼다. 비대위가 파악한 이날 참석 총대는 목사 413명, 장로 385명으로 총 798명이었다. ⓒ마르투스 구권효

총회장과 비대위 합의문으로 시작부터 '삐걱'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총회장과 비대위의 합의문으로 '속회 총회'는 시작부터 잡음이 일었다. 강단에 선 서창수 비대위원장은 "정준모 총회장과 몇 가지 합의한 사항이 있다. 총회장이 사과하겠다는 뜻을 알려 왔고, 비대위가 무조건 거절하는 것보다는 합의 내용을 총대들에게 내어놓고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이 합의문을 읽으려고 하자, 이상민 목사(대경노회)가 "총회장이 이 근처에 온 것으로 안다. 먼저 사과 발언을 듣고 합의를 논의하는 게 순리에 맞다"고 발언했고 총대들은 동의했다.

   
▲ 서창수 비대위원장은 "총회장이 사과하겠다는 뜻을 알려 왔고, 비대위가 무조건 거절하는 것보다는 합의 내용을 총대들에게 내어놓고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마르투스 구권효
뒤늦게 회의장에 입장한 정준모 총회장은 총대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나름대로 시간과 법을 맞춰 파회를 선언했지만 전국 교회와 총대들에게 분노와 의분을 일으켰기에 솔직히 시인하고 용서를 빈다"며 큰절을 했다. 불법 파회를 인정하지 않은 두루뭉술한 사과였지만 총대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사과문을 읽고 정 총회장은 서창수 위원장과 포옹한 뒤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 정준모 총회장은 뒤늦게 회의장에 도착했다. 발언 기회를 기다리는 모습. ⓒ마르투스 이명구

   
▲ 정준모 총회장은 불법 파회를 인정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사과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총회장이 사과한 뒤 서 위원장이 합의문을 읽으려 하자 총대들은 격론을 벌였다. 이상민 목사가 "총회장을 용서하자"고 했고 김종주 목사(빛고을노회)도 "사과를 기립박수로 받자"고 환영했지만, 이영우 목사(안동노회)는 "총회장이 사퇴한다고 하고 거취를 총대들에게 맡겨야 사과의 진정성이 있다"며 항변했다. 서광호 목사(경남노회)도 "속회를 한다는 공고를 읽고 왔다. 총회 파회는 불법이었다. 합의 내용도 속회한 후에 다뤄야 한다"고 거들었다.

일단은 합의 내용을 들어보기로 했다. 합의를 주도한 사일환 행정부위원장이 "총회장 측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해 왔고 속회 총회 하루 전날인 2월 18일 모처에서 만났다"고 보고했다. 비대위에서는 사일환·김정호 목사(안주노회)가 나왔고, 총회장 측에서는 고광석(동광주노회)·신규식 목사(동평양노회)가 대리인으로 서명했다. 주진만 목사(중앙노회)와 심요섭 장로(전서노회)가 입회했다.

사 목사가 발표한 합의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불법 파회 건은 총회장이 직접 설명하고 용서를 구하기로 한다. 19일 모임은 '속회'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총회장은 3월부터 7월 31일까지 근신한다. 근신 기간에 임원회 사회권을 부총회장에게 맡기고 인사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실행위에 상정된 총회 사태 진상규명위원회를 폐지하기로 건의한다. 97회 총회 파회와 관련한 민·형사 소송을 서로 취하하기로 한다. 총회장과 비대위는 총회 사태와 관련해 상호 간에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는다. 2월 19일자로 비대위는 해산한다. 합의가 파기될 경우 파기한 측에 모든 책임이 있다.

합의안을 듣고서 총대들은 총무 문제가 빠진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갈현수 장로(대구노회)는 "비대위가 줄기차게 제기했던 핵심 문제인 총무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종철 목사(함동노회)는 "총회장·총무 문제는 둘 다 다루기는 너무 힘들다. 총회장이 사과하고 나오니깐 이 정도로 받고, 총무 건은 98회 총회에서 처리하자"고 했다.

알맹이가 빠졌다고 할지라도 총회장이 총대들 앞에 나와 머리를 숙여 사과한 것이 이번 속회의 가장 큰 소득이었다. 하지만 합의문의 핵심 골자에 대해 양측의 의견이 갈리면서 최소한의 성과마저 빛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합의문을 발표할 때, 회의장 한쪽에서 총회장 측 대리인 고광석·신규식 목사가 비대위 임원들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고 목사는 "본래 합의문은 5월 목사장로대회 때까지 근신하고, 임원회 사회권은 전 총회장에게 맡기는 것으로 했다. 서명 날인까지 하고 합의한 내용을 비대위가 일방적으로 바꾸었다"고 항의했다. 이들은 발언권을 얻으려다 제지받고 퇴장했다. 사일환 목사는 "합의문을 작성한 뒤, 오늘 오전 총회장과 다시 이야기했다. 7월까지 근신 기간을 연장하는 것과 부총회장에게 사회권을 넘기는 것을 비대위가 제안했고, 총회장이 받아들였다"고 총대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총회장 측은 모르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 합의문을 발표할 때, 회의장 한쪽에서 총회장 측 대리인 고광석·신규식 목사가 비대위 임원들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속회 총회' 사회는 결국 남상훈 부총회장이

총대들은 3시간 가까이 갑론을박을 거듭했다. 총회장과의 합의안을 그대로 받고 속회를 하지 말자는 의견, 속회를 한 뒤에야 합의 내용을 다룰 수 있다는 의견, 정준모 총회장이 사과했으니 속회 사회를 봐 달라고 요청하자는 의견, 총회장 유고 상황이니 남상훈 부총회장에게 사회를 보게 하자는 의견 등의 발언이 대립했다.

논의가 계속되자 남상훈 장로부총회장이 나와서 발언했다. 그는 "총회장의 사과를 받은 상황이다. 교회 정치는 세상 정치와 다르게 사랑으로 해야 한다. 법대로 바르게 하자"고 했다. 남 부총회장의 발언이 길어지자, 일부 총대들이 야유를 하며 "들어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서 위원장이 "(부총회장이) 속회 총회 사회를 보러 참석했는데 예우를 해 달라"고 자제를 요청했다.

총대들 대다수는 합의문과 상관없이 속회를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여론이 속회 쪽으로 기울자 이제는 사회자를 누구로 할 것이냐의 문제로 논의는 옮겨갔다. 난상토론 후, 법적 소집권자인 총회장에게 속회를 요구하자는 발언이 나왔다. 서창수 위원장은 10분간 정회를 선언하고 정준모 총회장에게 사회를 볼 의사가 있는지 타진했다.

   
▲ 10분간 정회하고 비대위 임원들은 속회 총회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심각하게 논의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총회장은 속회 총회는 불법이기 때문에 사회를 보지 않겠다며 거절했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회의장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박경환 목사(대경노회)는 "회장 유고 시에는 다음 서열을 따라서 회의를 진행한다. 현재는 총회장 유고 사태다. 남 부총회장이 용기를 내서 왔으니 사회자로 모시자"고 제안했다. 이재륜 목사(안주노회)는 "총대들이 비난을 해서 남 부총회장이 마음이 많이 상했다. 사회를 볼 의사가 없다고 하니 박수로 요청해서 사회를 맡아 달라고 하자"고 말했다. '삐친' 부총회장의 마음을 돌리려 총대 20여 명이 남 부총회장에게 몰려가 통사정을 하고, 절반가량의 총대들이 기립해서 박수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 '삐친' 부총회장의 마음을 돌리려 총대 20여 명이 남 부총회장에게 몰려가 통사정을 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 남 부총회장을 설득하기 위해 절반가량의 총대들이 기립해서 박수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마르투스 구권효

남상훈 부총회장은 "분명히 사회를 볼 생각으로 왔는데 마음이 어렵다. 내 이야기를 경청해 줬으면 했는데 야유를 하니 착잡하다. 총회장에게 전화를 해서 허락한다면 사회를 보겠다"고 했다. 총대들이 거듭 사회를 봐 달라고 요청하자, 남 부총회장은 단상에 올라 "개인 입장이 아니라 교단 입장을 고려해 사회를 보겠다"고 말했다.

   
▲ 사회를 볼지 말지 고심하는 남상훈 부총회장의 모습. ⓒ마르투스 구권효

   
▲ 총대들이 거듭 사회를 봐 달라고 요청하자, 남 부총회장은 단상에 올라 "개인 입장이 아니라 교단 입장을 고려해 사회를 보겠다"고 말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모든 안건을 임원회에 맡긴 '속회 총회'

세 시간 넘게 격론을 벌이다가 일단 '속회 총회'를 열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남 부총회장은 임시 서기에 송영식 비대위 서기, 임시 회록서기에 김정호 비대위 실무총무를 세웠다. 총대들은 정치부 미진 안건, 긴급동의안, 특별위원회 선정 등 총회 임원회에 위임했다. 비대위는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개회 예배부터 파회 선언까지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남 부총회장이 파회 선언을 하자마자 총대들은 빠르게 퇴장했다.

비대위는 97회 총회가 파회한 뒤 결의했던 '속회'를 이끌어냈지만 '총회장 불신임' 건은 애매한 사과를 받는 선에서 끝내고 '총무 퇴진' 안건은 무작정 임원회에 넘겼다. 이를 두고 한 총대는 "교단 개혁을 부르짖으며 결성한 비대위가 결국 총회장과 정치적 야합을 한 셈이다. 총회장·총무 건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한 다짐은 어디로 갔는가. 개혁 열망은 다 사라졌다"며 개탄했다. 다른 총대는 "비대위가 얻은 소득은 정준모 총회장의 알맹이 빠진 사과와 언제 결렬될지 모르는 누더기 합의문뿐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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